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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교육

[책리뷰] 아이의 어휘력 (어느날 아이가 스스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by 봉평쌤 2022. 2. 5.

 


 소설가 박완서 선생의 소설은 우리말의 보고(寶庫)라는 찬사를 받는다. 글을 잘 쓰고 어휘가 풍부한 데는 여러 영향이 있겠지만, 그는 자신의 어휘력이 어린 시절 가정교육 덕분이라고 했다.

예전에는 ‘격대교육’이라고 해서 아이가 조부모와 함께 생활하며 공부하는 경우가 많았다. 어린아이는 조부모로부터 고전을 배우거나 옛 이야기를 들으며 시간을 보내곤 했다. 할머니의 무릎을 베고 누워 옛이야기를 듣는 일명 ‘무릎 교육’이다. 이것만으로도 아이는 충분한 기초 학습과 어휘력을 습득할 수 있었다. 이때 습득한 풍부한 어휘력은 문해력으로도 연결된다.

그런데 지금은 조부모와 함께하는 양육 환경이 많이 줄어들었다. 게다가 요즘에는 부모가 아이와 대화할 때 오히려 아이들의 말을 따라 한다. 문자나 SNS에서는 누가 부모이고 아이인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약어와 은어들이 오간다. 자녀와의 교감과 소통을 위한 노력일 수도 있겠지만 경계해야 할 일이기도 하다.

아이는 부모에게서 언어의 ‘감’을 익힌다. 매일 듣고 사용한 언어가 아이의 어휘력을 좌우한다. 그런데 부모가 아이의 언어를 사용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만큼 아이의 어휘력 범위가 확장될 수 없다. 부모는 아이의 말을 알아듣는 것과 동시에 부모의 풍부한 어휘를 들려주어야 한다.

간혹 아이를 배려한다는 마음에 부모가 일부러 어휘 수준을 낮춰 말하는 경우가 있다. 그럴 필요 없다. 아이에게 언어는 다소 어렵게 느껴지는 말이라도 감으로 익히는 부분도 크다. 이런 경험이 쌓이면 자연스럽게 상황에 맞는 문장과 적절한 단어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이는 맞춤법이나 받아쓰기로 해결할 수 있는 실력이 아니다. 그보다는 일상에서 축적된 감에서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 이것이 언어 감각이다.

그러니 아이와의 대화에서 부모의 언어를 가능한 많이 들려주자. 유년기에 들었던 어휘가 일평생 사용한 언어의 보고가 되었다는 박완서 선생처럼 아이의 문장력과 어휘력을 키울 수 있다.

어려서부터 한국말을 들으며 한글을 읽고 써온 아이들은 어휘력의 한계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한글만 알아도 국어는 최소한의 기본 점수가 보장된다고 생각하는 까닭이다. 하지만 어휘력은 벼락치기로 공부한다고 실력이 늘지 않는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어휘력으로 인해 국어 점수가 제자리걸음 하는 아이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교사들은 국어 실력, 어휘력이야말로 아이들의 공부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일반적으로 성적의 중위권과 상위권을 구분하는 과목은 영어와 수학이다. 그렇다면 국어는 어떨까? 국어는 상위권과 최상위권을 구분하는 과목이다. 영어와 수학을 잘하는 상위권 학생 중에서도 국어를 잘하는 아이가 최상위권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이런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 수학을 잘하려면 먼저 국어를 잘해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있기 때문이다. 문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문제를 이해하기도 힘들다. 수학뿐 아니라 어떤 과목이든 문장을 이해하지 못하면 문제를 풀 수 없다. 결국 어휘력이 없으면 독해력과 문해력이 부족하고 성적이 흔들린다. 문제는 어휘력은 단번에 실력이 늘어나는 영역이 아니며 평소 생활환경과 부모와의 일상 대화에서 영향을 받으며 꾸준히 영역을 확장해 나가는 능력이라는 것이다.

영화나 책을 볼 때 배경이 되는 나라와 시대의 고유 표현이나 어휘를 잘 모르면 그 내용을 온전하게 이해할 수 없다. 앞으로 아이가 독서나 영화 같은 문화생활을 풍요롭게 만끽하려면 먼저 아이의 언어 세계를 풍부하게 채워줘야 한다. 이 역시 부모의 말을 들려주어야 하는 이유다.

부모는 아이의 어휘사전이다. 사전 속 내용을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들려주는 게 부모의 말이다. 언어의 보물창고와 같은 부모의 말은 아이의 자산이 될 것이다.


<어느날 아이가 스스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임영주



 아이가 태어나서 말을 하려면 최소 6,500시간 이상의 어휘 입력이 있어야 한다고 해요. 아이가 말하지 못하는 시간 동안 수많은 단어와 문장을 들으며 스스로 학습하는 것이지요. 그 시간을 거쳐 드디어 엄마, 아빠 등의 짧은 단어로 시작해 하나의 문장을 말할 수 있게 됩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모국어 입력 시간 충분한가요? 부모님과 충분히 대화를 나누고 있나요? 엄마 아빠가 바빠서, 혹은 영어에 노출시키느라 더 중요한 모국어를 듣고 이야기할 시간이 부족한 건 아닌가 생각해보게 됩니다.

<어느날 아이가 스스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이 책은 아이가 말하지 못하는 아이의 마음을 말해주고, 아이의 성장과정에서 부모의 몫을 이야기해 줍니다. 행복한 부모와 아이의 관계를 위해서라도 꼭 읽고 실천해야할 내용들이 가득 담겨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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